Untitled Document
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맵
Untitled Document
   
   
     


   
 

리뷰 문화현장을 가다/극단 기린 '한단고기'
2009-06-16
 
리뷰 문화현장을 가다/극단 기린 '한단고기'

(원제 소년장사 바우)

唱과 劇의 어울림 '성공' 가족과 함께…감동 물씬

"언니들, 자꾸 그렇게 떠들면 어떡하우. 곧 공연이 시작할텐데. 막 오르기 전에 춘향가 중 사랑가 한번 불러 볼터이니 조용히 하고 들으슈.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60대의 노인들에게 딸처럼, 며느리처럼 친근하게 말을 붙이는 창자(唱者)가 산만한 분위기를 잠재우려 소리를 뽑아낸다. 소녀처럼 재잘재잘대던 백발 성성한 언니들은 이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는 '얼쑤~' 하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박수갈채와 환호는 곧 극의 시작을 알렸다.

극단 기린(대표 이상범)이 5월 25일 오후4시 시흥시 대야종합사회복지관 공연장에서 선보인 '한단고기'(원제: 소년장사 바우)의 서막이었다. 계단식 이동형 객석에 갈색톤의 무대로 채워진 공연장은 아기자기했다. 물론 처음 20여명의 관객은 조금 서운해 보였고 결국 50여석에도 미치지 못한 객석은 아쉬웠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몰입하게 만들었으며 유쾌함을 안겼다.

상연 내내 배와 입으로 손을 오가며 즐거운 표정이었던 관객 기보영씨(22/여)는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며 특히 라이브 연주의 국악이 생동감을 안겼다고 말했다. 기씨의 인솔에 따라 함께 관람한 서으림군(은행초 3년) 외 6명도 마냥 신나는 표정이었다.


경기문화재단의 창작활성화사업 지원을 받아 5월 20일부터 30일까지 관객과 만난 한단고기(桓檀古技)는 민속의 얼이 배인 씨름이 주된 소재로 사용됐다. 여기에 농경생활 속 경제적 상징이었던 소가 등장하고 인간과의 삶 속 인연의 고리에서 얽히고 설킨다. 지 자식 시집 보내려고 남(소)의 자식(송아지) 팔아 버린다?란 갈등 구조는 결국 화해와 화합을 보여주며 소나 사람이나 자식과 가족은 모두 소중하다란 결말을 맺는다.

전통 연희극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 작품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가족동화이자 창과 극의 어울림의 추구가 작품 곳곳에서 훈훈하게 배어 나왔다.

한편, 민간 극단으로 지역에서 만 11일동안 유료로 1일 2회 상연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단 2년여의 짧은 역사를 가진 극단임에도 극 예술의 불모지라 알려져 있는 시흥에서 그러했다는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 물론 이에따른 관객의 부재(不在)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어차피 현 시점에서 지역 연극이 상업적 이득을 취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지원금을 미리 어느정도 떼어내 손해를 보지않고 작품을 허투로 만든 뒤 무료로 관객을 맞고 싶진 않았습니다. 유료관람은 바로 이러한 맥락과 동떨어지지 않죠. 즉, 괜찮은 작품을 돈 내고 보도록 하는 것이 지역 예술의 건전한 육성 방향이라 판단합니다.

이 대표의 가시돋친 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수 많은 세월을 대학로에서 지내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지역이란 텃세를 견뎌내기는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선 과대망상증이 아니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가격을 낮추고 단체를 끌어들이면 되는 것을 왜 그리 힘들이냐는 거죠. 지역의 예술단체나 협회도 가입해서 여기저기서 지원금을 받으면 한결 수월하지 않냐며…. 하지만 제 소신엔 변함이 없습니다. 지원금이란게 받으면 좋겠지만 받지 못해 쓰러진다면, 그것을 두려워 했다면 애초에 지역에서 극단을 꾸리려 하지 않았을 겁니다. 소수의 관객이 오더라도 찾아온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극단 기린은 지금까지 4편의 작품을 창작 초연해 왔다. 그중 지역 관변단체의 지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그만큼 작품을 만드는데 자신과 실력을 겸비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문제 또한 없지 않았다. 지역에 거점을 두고 창단된 극단이지만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않아 보였다. 이번 작품으로 1년여만에 시흥 시민과 만났으며 그 외의 시간은 주로 서울에 편중돼 있었다.

이 밖에 리플릿 8천장과 포스터 및 프로그램 각 500여장, 그리고 현수막 13개 등을 제작, 배포해 오프라인 홍보 시스템은 총 동원한 듯 했지만 좀 더 적극적인 관객 모으기가 부족했다. 홍보물의 우편발송 뿐 아니라 각 기관 및 단체 등을 직접 찾아 나섰다면 빈 객석에 더욱 활기를 넣었지 않았을까 한다.

어쨌든 막은 내렸다. 6월5일부터는 서울 대학로에서의 일정이 잡혀 있다. 꽉 막힌 작은 공간을 벗어나 야외 또는 열린마당의 마당극 형태로 꾸며졌다면 특장점이 온전하게 살아 났을 것이라는 미련이 남지만 한 할머니의 감상평이 작품의 의미를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야종합복지관 노인대학에 다닌다는 홍순례씨(65)는 옛날 시골에서는 소가 곧 재산이었고 부의 상징이었다며 그런 삶의 우여곡절을 고스란히 담아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비평문 -

흥과 놀이 속에서 돌아보는 우리 것의 소중함

전통연희를 계승하고 한국적 연극언어를 되찾아야 한다는, 다소 의무적이고 강박적인 사명감으로부터 오늘 우리 연극은 많이 성숙한 듯 하다. 늘 생경하고 겉돌고 날 것으로 들어와 앉았던 연극 안에서의 우리 것이 이제는 본연의 흥과 놀이를 되찾아 관객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숨쉬기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한단고기는 이러한 우리 것의 편안함과 살가움을 다시 발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 한단고기는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미덕과 옛 풍습에 대한 백과사전과도 같은 작품이다.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고 소를 가족처럼 여기며 살았던 우리 농경문화가 그것이요, 사내들의 힘과 기개를 중시 여겼던 범민중적 놀이로서의 씨름문화가 또한 그것이요, 고종황제부터 저잣거리의 아낙까지 모두 좋아하고 즐겼다는 우리의 대표적 연희문화인 판소리가 그것이다. 이처럼 한단고기도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고 지켜 나가야겠다는 소중한 마음과 사명감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힘주어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단고기의 미덕이 있다. 전통문화란 내 삶과 숨 속에서 섞이지 못한다면 사라지고 죽어가야 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것을 잊지 말자고 힘주어 주장하거나 애써 강요한다면 그 사그라져감의 장엄함은 조명될지언정 그것의 부활이나 부흥은 오히려 요원한 일이 되기 마련이다. 한단고기는 박물관적으로 그것을 재현하거나 자신이 깨달은 사명감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에 가장 큰 강점이 있는 것이다.

극의 시작은 창자가 나와 관객과 너스레를 떨고 노래를 가르치고 악사들과 관객의 장단을 자연스레 통하게 하면서부터 시작한다. 놀이판과 객석의 긴장과 거리를 재능있는 광대가 밀고 당기며 쥐락펴락 조절하는 우리 전통 연희의 짜릿한 맛을 한단고기는 유감없이 보여준다. 창자는 극 전체의 해설자이자 이야기꾼이기도 한데, 등장하게 될 인물을 소개하거나, 시공간의 넘나듦을 풀어내어 극을 박진감 있게 이끌고 가거나, 마당마다의 사건을 정리하고 인물의 속내를 대화를 통해 유도해나가는 것이 모두 창자의 몫이다.

이러한 극 형식에 어우러지도록 극공간은 자연스럽게 프로시니엄 극장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그런데 이 경계의 허물어짐이 여느 프로시니엄 극장에서 연희되는 마당극 양식의 작품들이 하듯 단순히 연희자가 객석과 소통하거나 물리적으로 객석의 공간을 이용하는 것으로만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한단고기는 객석과 무대 사이의 물리적?정서적 거리를 공간 구성과 무대미술 상으로도 해결한다. 즉, 무대와 무대 밑의 공간을 같은 색조와 질감으로 통일시켜 그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 하나의 무대로 보이도록 판을 깐 것이다. 자연스럽게 조성된 무대 위의 연희공간과 무대 밑의 연희공간이라는 층위는, 일차적으로는 산 많고 등성이 많은 우리 산천같은 느낌을 주도록 하고, 이차적으로는 배우들의 동선을 넓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준다.

또한 프로시니엄 아치로 구분되는 무대의 위압성을 지워버림으로써 무대 공간을 악사의 공간과 객석의 공간과 평등한 차원으로 조성하여 무대-객석 간의 소통을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게 이어나가도록 하고있는 것도 본 공연의 무대구성이 갖는 강점이다.

사실 시흥의 대야사회종합복지관의 구조는 규모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방의 다목적극장과 마찬가지로 무대와 객석의 대립적이고 이분법적인 가르기가 한없이 강조되는 그런 극장이었다. 그러나 한단고기는 공간구성 상의 아이디어로 이 같은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한단고기는 우리의 범국민적 민속경기였던 씨름의 참맛을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거움을 통해 알리고, 이를 흥겹게 되살려보자는 일에서도 제 몫을 다한다. 오금당기기, 밭다리걸기, 빗장걸이, 덫걸이, 샅들어치기 등 귓가에 부딪치는 단어의 말맛으로도 충분히 감칠맛 나는 씨름의 기술들이 주인공 바우와 다른 소년 장수들의 경기에 의해 바로 눈앞에서 현란하게 펼쳐지면 누구보다도 객석의 아이들이 먼저 일어나 흥분하며 목청껏 응원하기 때문이다.

씨름으로 다시 가족이 하나 되고 나아가 씨름으로 나라가 하나 된다는 극의 이야기는, 담고있는 주제가 다분히 도식적이고 지나치게 교훈적임에도 불구하고 극을 풀어나가는 방식의 살가움과 소소한 재미로 인하여 가족단위의 관객에게 큰 공감으로 다가간다.

특히 바우에게 씨름을 가르쳐 주는 괴팍한 노인의 친근한 해학성이나, 바우의 씨름연습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사랑 표현, 사람인지 소인지 그 스스로도 구별하지 못하는, 또 굳이 구별할 필요도 없는 암소, 호기심이 많아 객석으로 뛰어올라가 이것저것 만지고 구경하기 일쑤인 사랑스러운 송아지 복이의 존재는, 관객이 이러한 교훈을 생경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하는 요소였다.

매해 가족극, 혹은 어린이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양산되는 상업적이고 구색맞추기식의 공연물 사이에서 극단 기린의 한단고기는 가족극의 진정성과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공연이다.

연극평론가 이 진 아

 
'뻔'하려느냐, 차라리 '뻔뻔'하라-유영자 <아레오바고5호 특집>







Untitled Document
master@kirina.co.kr